KR 업무로그
특수 장비차량 점검
철도 안전은 장비차량의 점검에서 시작된다
열차는 선로 위를 달린다. 그 선로가 제 상태를 유지하려면 누군가 매일 점검하고, 수리하고, 대비해야 한다. 유지보수 장비차량이 움직여야 그 일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장비차량이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단에서 유일하게 장비차량을 관리하는 시설장비사무소 장비차량부다. 이들의 하루는 전국을 누비며 특수차량을 관리점검한다. 현장에 나가지 않는 날도 장비검수고 안에서는 분해하고, 점검하고, 기록하는 일이 이어진다. 철도 안전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준비의 시간을 따라가 본다.
시설장비사무소 장비차량부는 철도건설 유지보수에 사용하는 각종 장비차량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공단의 유일한 부서다. 장비차량은 일반 차량과 다르다. 철도의 궤도와 전차선을 설치하고, 보수하고, 검측하기 위해 선로 위를
달리는 특수 목적 차량이다. 궤도장비는 레일과 침목, 자갈 등 선로 유지보수 작업을 지원하고, 전차선장비는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을 점검·보수한다. 수송차량은 작업에 필요한 자재와 장비를 현장으로 옮긴다.
이 장비들이 제때 움직이지 못하면 유지보수 일정은 곧바로 흔들린다. 작은 부품의 이상이 작업 중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고장은 다시 작업 지연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장비차량부가 매일 운행 전 점검과
예방정비를 반복하는 이유다. 이날 현장의 핵심은 장비차량의 작업장치를 직접 분해해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예방정비였다.
09:00 안전회의
아침의 장비검수고는 조용하지만 분주하게 움직인다. 커다란 장비차량이 줄지어 있는 작업장 안에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공구 소리가 아니라 점검표와 작업 계획이다. 오늘 어떤 장비를 살피고, 어떤 부품을
분해하고, 어떤 위험 요인을 조심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일에서 하루가 시작된다.
첫 일정은 작업 전 안전회의(TBM)이다. 작업책임자를 중심으로 당일 작업 계획과 장비 운행 일정을 공유하고, 정비 대상 장비와 작업 순서를 확인한다. 장비를 분해하고 들어 올리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는 협착,
낙하, 충돌 같은 위험이 늘 따라붙는다. 작업 전에 위험 요인을 함께 짚는 일은 그래서 형식이 아니다.
안전모와 안전화, 장갑 등 개인보호구의 착용 상태도 확인한다. 작업 공구와 정비 자재가 준비됐는지, 작업 공간에 불필요한 장애물은 없는지도 살핀다. 장비차량부의 하루는 장비보다 먼저 사람과 현장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한다.
09:20 운행 전 장비 종합점검
본격적인 정비에 앞서 궤도다짐기의 기본 상태를 확인한다. 엔진과 배터리, 제동장치와 조향장치, 유압·전기계통까지 하나씩 살핀다. 등화장치와 경보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차륜과 연결장치, 하부 상태는 어떤지도
확인한다. 오일류와 냉각수까지 빠뜨리면 안 된다.
오전의 주요 작업은 궤도다짐기, 일명 멀티플 타이탬퍼의 탬핑틀 점검이다. 탬핑틀은 선로의 자갈을 다져 궤도의 높이와 방향을 바로잡는 장치다. 반복되는 진동과 압력을 매일 견뎌야 하는 부품이다. 작업자는 탬핑암의 체결
상태와 연결 부위를 확인한 뒤 분리 작업을 시작한다. 한편에서는 전기·전자파트 직원들이 엔진 시동회로를 점검한다. 같은 시간, 작업장 안에서 동시에 두 가지 점검이 조용히 진행된다.
10:00 탬핑틀의 실린더와 부품 마모 확인
탬핑틀을 분리한 뒤에는 실린더와 부대품의 상태를 하나씩 들여다본다. 표면의 손상, 마모 정도, 누유 흔적, 체결 부위의 변형 여부까지 확인한다. 계속 쓸 수 있는 부품인지, 교체가 필요한지 판단하는 과정도 이어진다.
작은 마모라도 방치하면 현장 투입 후 작업장치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장비검수고에서 발견한 작은 이상 하나가 현장의 작업 중단을 막는 셈이다. 이 일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찾아내기 때문이다.
11:00 선반 작업으로 마모된 부품 제작
오버홀을 진행하며 분해한 부품의 위치와 상태를 확인하고, 재사용 여부를 판단한다. 교체가 필요한 부품은 새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부품은 구하기가 쉽지 않다. 가격이 높거나, 납기가 길거나, 현장 상황에
맞게 즉시 대응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장비차량부는 직접 만든다. 선반 작업으로 마모된 부품을 가공해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한다.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장비인 만큼 실린더와 연결 부위에는 마모와 변형이 생기기 쉽다.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구할 수 없으면 만든다. 장비가 멈추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그것뿐이다.
13:30 현장 지원
시공사의 요청이 있으면 장비차량부는 전국 현장으로 출장을 떠난다. 전기, 기계, 유공압 계통별 담당자가 3~5명 한 팀을 이뤄 투입된다. 이날 오후에는 회덕역에 있는 모터카(PMM2202)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제동, 엔진, 유공압 등 전기 연결 상태를 살피고, 차륜 플랜지 높이와 차륜 두께, 잔여 두께가 기준치에 맞는지 차륜 측정을 진행한다. 스캔 장비로 엔진 데이터도 확인한다. 차량 속도, 엔진 회전수, 흡기 압력,
흡기 온도, 냉각수 온도까지 센서가 정상 범위에 있는지 살핀다.
현장 지원은 단순히 고장 난 곳만 고치는 일이 아니다. 장비 전체가 다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 확인이 끝나야 장비는 다시 선로 위로 나갈 수 있다.
17:00 정비를 마친 차량 출고
하루의 마지막은 정비가 완료된 장비차량의 출고다. 점검과 정비, 기능시험을 모두 마친 차량은 다시 한 번 외관과 작업장치 상태를 확인한다. 제동장치, 유압장치, 안전장치가 정상 작동하는지 최종 점검하고, 작업 중
사용한 공구와 자재도 빠짐없이 정리한다.
출고는 차량을 장비검수고 밖으로 내보내는 일이 아니다. 현장에 투입돼도 문제없는 상태인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비를 마친 차량이 현장으로 떠나는 순간, 장비차량부의 하루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작업으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