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과학

기차는 왜 다른 교통수단보다 멀미가 덜할까?

버스나 자동차만 타면 속이 울렁거리는 사람도, 이상하게 기차에서는 멀쩡하다. 똑같이 움직이는 탈것인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그 답은 우리 몸이 움직임을 감지하는 방식과 기차라는 교통수단이 가진 주행 특성에 숨어 있다.

멀미는 왜 생길까?

멀미가 나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어지럽다. 식은땀이 나거나 심하면 구토도 한다. 이런 증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 감각 불일치 이론(Sensory Conflict Theory)이다. 우리 몸은 움직임과 균형을 파악할 때 눈으로 보는 시각 정보와 귓속 깊은 곳에 있는 전정기관의 정보를 함께 이용한다. 그런데 두 감각이 서로 다른 정보를 보내면 문제가 생긴다.

멀미는 전정기관·시각·고유감각이 뇌가 예상한 움직임과 어긋날 때 나타날 수 있다. 가령 창밖이 보이지 않는 배 안에서는 전정기관이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지만 눈에는 가만히 있는 실내만 보인다. 서로 맞지 않는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서 메스꺼움과 어지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동차 뒷좌석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상황도 비슷하다. 화면은 눈앞에 고정돼 있지만 전정기관은 가속과 감속, 커브를 계속 감지한다. 반대로 3D 영화나 VR 기기를 사용할 때는 몸은 가만히 있는데 눈앞 화면만 빠르게 움직인다. 어느 쪽이든 시각과 전정기관의 정보가 어긋나면서 멀미가 생길 수 있다.

멀미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전정기관이 기능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나 멀미를 겪을 수 있으며, 사람에 따라 민감도 차이도 매우 크다. 여기에 불안, 피로, 냄새, 과거의 멀미 경험 등도 영향을 미친다.

기차가 멀미를 덜 일으키는 이유

물론 기차에서도 멀미는 생길 수 있다. 철도 분야에서도 느리고 반복적인 좌우 흔들림이나 차체의 기울어짐이 멀미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저주파 영역의 좌우 움직임은 열차 멀미와 관련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기차에서는 자동차보다 멀미를 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움직임이 비교적 일정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신호마다 멈췄다 출발하고 차선을 바꾸거나 급하게 방향을 틀기도 한다. 과속방지턱이나 노면 상태에 따라 위아래 충격도 달라진다. 반면 기차는 정해진 레일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가속·감속과 방향 변화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고 일정하다. 움직임을 예측하기 쉬운 만큼 뇌가 받아들이는 감각의 혼란도 줄어든다.

창밖 풍경도 한몫한다. 기차에서는 넓은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이 몸이 움직이는 방향과 맞춰 흘러간다. 눈으로 보는 정보와 전정기관이 느끼는 움직임이 비교적 잘 맞는 셈이다. 배에서도 창밖 수평선처럼 움직임을 판단할 기준점이 보일 때 멀미가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다. 시각 정보가 몸이 느끼는 움직임과 일치할수록 감각의 충돌이 줄어드는 것이다.

선로와 차량 기술의 발전도 승차감을 높였다. 과거에는 일정 길이의 레일을 이음매로 연결했기 때문에 바퀴가 연결부를 지날 때마다 ‘덜컹’하는 충격이 반복됐다. 지금은 여러 레일을 용접해 길게 이어 붙인 장대레일을 널리 사용하면서 이음매의 충격과 소음을 줄였다. 고속철도에는 정밀한 궤도 관리와 현가장치, 대차 설계 등이 더해져 고속 주행 중에도 차체의 흔들림을 줄인다. KTX 일부 차량에 적용된 관절형 대차 역시 객차 사이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구조다.